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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철탑공사장 바로 아래에서 농성 중인 주민들 |
[특별기획] 내포문화 중심 가야산을 살리자//
1편/ 철탑공사로 파헤친 등산로, 명산은 지금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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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편/ 파헤쳐진 등산로, 명산은 지금 풍전등화
2편/ 가야산은 고장의 보물, 지역경제의 버팀목
3편/ 가야산 가치 모르는 한전, 철탑공사에 신중해야
4편/ 내포문화권 발전계획, 가야산 보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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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의 중심, 가야산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무리하게 강행된 한전 측 철탑공사로 등산로가 파헤쳐지고, 심각한 산림 훼손이 염려되고 있다. 그나마 문제의 산림훼손현장에서 마을주민들이 가야산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현실, 과연 가야산은 무사할 수 있을까. 그 힘겨운 주민들의 싸움에 수수방관하다가 후손에게 물려 줄 봉우리가 남아나지 않을 수도 있다. 본 기획이 가야산의 위기를 알리고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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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산시 운산면 용현자연휴앙림 입구를 지나 옥양봉 갈림길에 이르자 마을주민들이 농성 중인 현장이 나타났다. 운산면 용현리2구 마을 주민들은 대책위를 조직하고 임시로 마련한 콘테이너에 상주하면서 철탑공사에 강력항의하고 있었다.
왜 운산면 용현리2구 주민들은 산봉우리까지 올라가 외로운 투쟁을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을까. 그들의 투쟁을 깊이 살펴보면 생계를 접고 투쟁할 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마애삼존불을 비롯한 선조들의 문화유적이 널려 있으며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운산면. 가야산 정기를 끊는 철탑공사가 한창인 곳, 그곳에서 면민들은 고장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나날이 이어가고 있었다.
철탑공사장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토록 아름다운 고장에 철탑을 세우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삽니까. 조금 더 돈 벌어보겠다고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까지 파헤치면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라고 강력 항의했다.
[ 용현리2구 주민들, 한전 측과 철탑 둘러싸고 대립]
마을주민들의 철탑공사반대투쟁은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되었다. 초겨울의 매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운산주민들이 가야산 옥양봉 입구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철탑공사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부터 한국전력공사는 운산주민을 대상으로 지역의 전력난 해소를 위한 사업설명회를 열고 오는 11월 20일까지 공사를 진행해왔다.
'용현계곡 철탑건설 반대 대책위원회(대표 구충회 안재각, 장천훈, 윤경순, 장석회씨 등)'는 기존 철탑을 이용한 해미변전소 이용과 또 다른 우회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변압이 달라 기존 철탑을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회에서 밝히고 공사를 진행하자 주민들이 공사현장 진입 길목을 막고 시위에 나선 것이다.
공사를 강행하던 기간 가야산 곳곳은 나무 베는 기계음과 중장비들의 소리로 메아리치고 있었다. 수년에서 수백 년 넘게 가야산을 지키던 소나무 군락지와 갈참나무군락지들이 처참히 벌목되고 베어진 채 기존 등산(철탑을 만들기 위해 넓어진 도로)로 옆으로 나무들이 흉물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장 구충회씨는 “가야산은 역사적으로도 많은 신비함을 감추고 있는 산으로 4개 시 군을 대표해왔다. 역사적인 가치가 높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고 등산을 즐기고 있음에도 정상 부근에 철탑을 세우고 등산객들이 쉬어 가는 바위 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명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가야산의 가치]
가야산은 전국 산악인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명산이다. 주봉인 가야봉(677.6m)을 중심으로 원효봉(677m), 옥양봉(621.4m), 일락산(521.4m), 수정봉(453m), 상왕산(307.2m) 등의 봉우리가 연결되는 다양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등산로가 개설되어 노약자 및 여성, 어린이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다. 또한 정상에서는 서해바다가 아련하게 보이고 봄철에는 철쭉과 진달래 등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등 사시사철 경치가 수려해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이 산에는 백제시대 마애석불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국보 제84호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비롯한 보원사지, 개심사, 일락사 등이 가야산 자락의 품에 자리 잡고 있다. 국보 1점, 보물 6점, 기타문화재 4점 등을 비롯한 각종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내포문화권의 핵심지역이며, 그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라 해도 손색이 없다. 유서 깊은 문화유적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경관을 찾아 매년 5십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가야산 곳곳 아름답고 수려한 경관 이어져]
677.6m의 가야산, 그곳에는 석문봉(653m), 일락산(521.4m) 등이 겹겹이 병풍처럼 이어져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충남 예산에서 서해안으로 나가면 덕산온천과 수덕사를 감싸 안고 큰 산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가야산의 장관을 만난다. 가야산은 예산군과 당진군, 서산시 등 3개 군에 걸쳐 들판에 우뚝 솟아 산세가 당당하고 곳곳에 사찰이 자리하고 있어 은은한 풍경을 자아낸다.
주변에 개심사, 일락사, 보덕사, 원효암 등 백제초기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사찰들과 명소로 이름난 해미읍성, 홍성 면천읍성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개심사 쪽에서 서산목장을 거쳐 마애삼존불과 보원사- 덕산온천으로 이어지는 길이 시원하게 뚫려 가야산을 한 바퀴 돌면서 가야산의 진면목을 구석구석 볼 수 있게 됐다.
새로 난 길을 따라가면 산과 수려한 계곡이 이어지고, 계곡입구마다 빠짐없이 들어서 있는 저수지와 산 위쪽에 위치한 절들이 정취를 더한다.
주요 산행코스는 덕산온천에서 고개를 넘어 해미읍성- 일락사- 개심사- 서산목장- 마애삼존불(국보84호)을 넘어 보원사를 보고 덕산온천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품이다. 일락사는 여승들의 수도사찰로 맑고 싱그러운 계곡바람과 유난히 청아하게 들리는 풍경소리가 인상 깊다.
점심식사는 개심사주차장 주변의 토속음식점을 이용하면 적격이고, 서산목장일대 3백50만평의 목장지대를 조망할 수 있는 목장 전망대도 둘러볼 만하다. 가야산은 서울에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 온양― 예산― 덕산코스를 택하면 2시간30분∼3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가야산, 주민들의 힘만으로 그 수난을 감당해 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전력을 차질 없이 공급해야한다는 한전 측의 설명에도 당위성은 있지만 수려한 가야산 정상에 철탑을 세우는 길만 있는가. 우리 모두의 고민과 걱정이 필요한 때다. 다음 호에 계속
편집국/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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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농성 중인 등산로 입구에 걸린 현수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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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현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입구, 수려한 가야산으로 들어서는 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