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단위로 사진 찍어 ‘백제 미소’ 비밀 풀었죠(중앙일보 20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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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2-09-22 08:02 조회6,537회 댓글0건본문
전국과학전람회 대상 서산 명지초 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2012.09.13 02:15분 단위로 사진 찍어 ‘백제 미소’ 비밀 풀었죠
충남 서산에 있는 백제시대 불상인 ‘서산마애삼존불상’. 김현진·윤성욱군은 이 불상의 미소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백제 미소’의 비밀을 밝혀 대통령상을 받은 학생들이 있다. 충남 서산시 명지초 5학년 김현진·윤성욱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마애삼존불(마애여래삼존상·국보 307호)이 띠는 미소의 느낌이 시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이유를 탐구해 이달에 열린 전국과학전람회에서 학생부 대상을 받았다. 이들의 탐구 과정과 탐구심의 비결을 들어봤다.
빛 따라 바뀌는 그림자 수치로 분석 ‘백제 미소’로 불리는 마애삼존불의 미소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은 서산 지역에서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없었다. 김군과 윤군은 이 ‘설(說)’의 과학적 근거를 밝히고 싶었다. 명지초 김주휘 교사가 의기투합했다. 세 사람은 마애삼존불을 찾아 온종일관찰을 하며 시간에 따라 불상의미소가 미세하게 달라 보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 뒤 본격적인 과학 탐구가 시작됐다. 두 학생과 김 교사는 분 단위로 불상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출력한 뒤 분과 시간 단위로 달라지는 불상의 모습을 비교 관찰했다. 백제 미소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빛이 비치는 방향에 있었다. 빛에 따라 불상 얼굴의 코 아래 그림자, 입 꼬리 그림자가 변하면서 미소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수치상으로 분석해 두 가지 사실을 밝혀냈다. 마애불의 미소가 가장 보기 좋은 시기는 동짓날 오전 11시쯤이고, 불상이 기울어진 각도인 80도는 백제의 미소가 가장 보기 좋은 최적의 각도였다. 이것을 그림자를 고려해 불상을 제작한 백제인의 과학적 우수성도 입증한 것이다. 두 학생과 교사는 점토로 실측·축소한 마애삼존불 모형을 만들고, 스탠드를 태양 삼아 비춰 실제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실험했다.
김 교사는 “미소라는 주관적인 주제를 객관적 수치로 증명하는 것이 이번 탐구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두 학생은 탐구를 마친 후 빠짐없이 탐구일지를 작성했다. 처음에는 서술형으로 쓰다 차츰 익숙해지면서 수치를 넣어 논리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런 노력은 이번 전람회에 제출한 작품 설명서를 작성하는 데도 도움이 컸다.
책·잡지 읽고 궁금증 생기면 체험
김군은 방과 후 학원을 다니지 않는 대신 책을 즐겨 읽는다. 김군은 책을 읽고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눈다. 평소 과묵한 김군이지만 유일하게 수다를 떠는 주제는 과학이다. 그날 읽은 책 내용이나 학교에서 했던 과학 실험에 대해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럴 때마다 김군의 부모는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줬다. 어머니 이지영씨는 “부모의 전문 과학지식은 부족하지만 아이의 호기심을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는 것만으 로 아이의 탐구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은석씨는 김군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위해 함께 별자리 여행을 떠나고, 방학이면 박물관 탐방에 나선다.
유군은 평소 과학 잡지를 정기구독한다. 같은 잡지를 보고 또 보고 반복해서 읽는다. 조개, 바지락 같은 생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을 때는 아빠와 함께 갯벌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채취했다. 개구리·도롱뇽·벌레 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만져보고 살폈다. 김군은 “주변 자연을 잘 활용하면 즐겁게 과학 공부를 할 수 있다”며 웃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사진=김주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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