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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2005-11-07)단풍도 백제의 미소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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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7-06 23:42 조회6,1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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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teLink #1 : 오마이뉴스 2005-11-07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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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도 백제의 미소를 닮았다


▲ 불이문 앞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백제의 미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계곡에 있는 국보 제84호 마애삼존불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지만 항상 국사책의 한 면을 사진과 함께 장식하던 대표적인 백제시대의 문화재로 손꼽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마애삼존불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



▲ 가을 속의 돌탑


▲ 계단을 오르다 보면 속세의 상념을 잠시 잊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백제의 미소를 보기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이다. 특히 마애삼존불이 위치한 용현계곡이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은 11월 초가 가장 좋은데 때를 맞춰 이곳을 찾은 사람이라면 잊지 못할 가을의 영상을 하나 담아가게 된다.



▲ 사람은 변해가지만 백제의 미소는 1000년이 훨씬 지나도 변함이 없습니다.


굳이 이곳을 가을에 보라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여름에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마애삼존불을 보러 가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어디든 아름다운 계곡을 낀 곳이면 비슷하지만, 계곡 인근 음식점들이 계곡에 임시로 자리를 만들어 놓고 술과 음식을 파는 모습에 조금은 실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마애삼존불에 오르는 길에 마주친 단풍이 참 아름답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백제의 미소를 본격적으로 보러 올라가 보자. 계곡을 가로 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이제 속세와는 인연을 잠시 끊게 된다. 몇 개인지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돌계단을 따라 누가 쌓은지도 모르는 낮은 돌탑들을 따라 쌓여있는 낙엽들을 밟으며 말 그대로 무념무상으로 한걸음씩 내딛기만 하면 된다.



▲ 아름다운 용현계곡입니다. 이곳이 여름이면 몸살을 앓습니다. 안타깝습니다.



100여 미터 남짓한 이 돌계단을 올라 관리사무소 마당에 이르면 콧등에 땀을 닦기도 전에 놀라운 광경을 마주치게 된다. 마애삼존불에 들어가기 위한 불이문(不二門) 앞에 펼쳐진 이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단풍의 향연. 마당에 수없이 떨어져 흩어진 붉은 단풍잎들. 이 감동적인 모습을 어찌 말과 사진으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점점이 뿌려진 단풍잎들이 온 마당을 뒤덮어 마당은 이미 붉은 단풍밭이 되어버렸다.



▲ 맑은 계곡물 속의 낙엽이 가을이 깊어감을 말해줍니다.


용현계곡의 단풍은 높고 깊은 산들의 화려한 단풍들과는 그 맛이 다르다. 단풍도 백제의 미소를 닮아서일까. 그저 편안하고 소박한 모습이다. 그런데 유독 부처님을 만나기 전에 단풍이 이렇게 무섭도록 붉게 흩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오염된 세속의 몸과 마음을 경계하고 뉘우치라는 의미는 아닐까.

문득 이 단풍의 향연을 보며 감동과 함께 두려움이 몰려온다. '내가 과연 저 단풍들을 즈려 밟고 앞에 놓인 불이문 속으로 들어갈 자격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진달래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라는 김소월님의 시가 떠오르는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 물에 비친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넋을 잃고 바라봤습니다.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불이문을 지나 돌계단을 올라 삼존불 전각 앞에 이르니 먼저 온 사람이 무슨 간절한 소원을 비는지 한참을 손을 모으고 서 있더니 절을 한다. 뒤에서 바라보는 나도 같이 간 네 살 아들놈이 건강하고 밝게, 세상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알게 자라게 해 달라는 소원을 마음속으로 빌어보는데, 청량한 가을 속에서 소원을 빌어서인지 꼭 이루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백제의 미소를 보며 소원을 빌고 내려오는 길에 문득 '1500여 년 전 백제의 사람들은 왜 이곳에 덩그러니 백제의 미소를 바위 위에 새겨놓은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 모처럼 내려온 도시의 자식들이 가을을 따기에 바쁩니다.



그 옛날의 조상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자신들의 수 십, 수 백 대 후손들이 웃음을 읽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게 될 것을, 그리고 미소 짓는 방법을 잊고 살아가게 될 것을 말이다. 그래서 삶이 힘들고 미소 짓는 방법을 잠시 잊었을 때 와서 보고 가라고 세월이 지나도 지원지지 않게 바위에 새겨 놓은 것이 아닐까.

용현계곡의 단풍은 언제 봐도 부처님의 미소 같다. 사람의 마음을 편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온화한 백제의 미소.



▲ 절은 사라져도 가을은 여지없이 절터를 찾아 옵니다. 마애삼존불에서 가까운 보원사지 당간지주에 찾아든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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