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마애삼존불 성역화 불사 ‘미소기도 행복순례’ 12차 현장 (법보신문 201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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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2-03-19 10:51 조회6,928회 댓글0건본문
서산마애삼존불 성역화 불사
‘미소기도 행복순례’ 12차 현장
미소부처님께 예경 올리니 국민 성지로 거듭 나소서
누군가는 그곳을 패자의 땅이라고 불렀다. 신라에 의해 멸망한 백제의 땅이라는 역사의 그림자 때문에. 누군가는 그곳을 상처의 땅이라고 불렀다. 천년을 이어 온 가람이 권력에 의해 무너지고 사라져야 했던 아픔의 현장이었기에. 또 누군가는 그곳을 잊혀진 땅이라고 불렀다. 우거진 풀숲에 묻혀있던 백제의 미소, 그리고 뒤늦게 되찾은 부처님조차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예경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시예불 드리며 국민 행복 발원 하지만 그런 아픔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부처님의 얼굴엔 변함없는 미소가 가득하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명멸하는 사바의 속진들이 어찌 부처의 미소를 침탈하랴. 서산시 운산면 용현계곡에 위치한 ‘서산마애삼존불’은 시리고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천진하고 온화한 미소로 중생을 맞이한다. 국보84호라는 기계적인 지정 번호보다 ‘백제의 미소’라는 애칭이 더 사랑받는 이유이자, 수많은 불자들이 ‘미소부처님’이라는 명호를 공양하는 이유다. 3월8일 서산마애삼존불 ‘미소부처님’ 앞에서는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을 비롯해 20여명의 불자들이 동참한 가운데 ‘미소기도 행복순례’가 진행됐다. 벌써 12번째 순례법회다. 내포가야산 일대를 백제불교의 성지, 나아가 국민의 성지로 가꾸기 위한 ‘내포 가야산 성역화 사업’의 실천이다. 내포 가야산 성역화 사업은 서산마애삼존불과 인근 보원사 등 백제 문화가 꽃피던 서산 일대를 백제 문화 특구이자 국민성지로 복원하는 불사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자성과 쇄신을 위한 ‘문화결사’ 실천을 위해 이 대작불사를 추진한 7교구본사 수덕사와 조계사, 옥천암, 그리고 보원사 등은 내포 가야산 성역화 추진 위원회(공동 대표 토진·지운 스님)를 구성하고 2011년 8월15일 성역화 사업을 선포했다. 이후 조계사와 옥천암은 각각 매월 한 차례씩 ‘미소기도 행복순례’라는 타이틀로 서산마애삼존불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지난 1958년 보원사지 조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마애삼존불은 1962년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후 서산시의 관리 하에 놓였다. 문화재가 되어버린 삼존불은 보존과 관리의 미명하에 불교계와 불자들로부터 철저히 유리되었다. 부처님 전에 조석예불과 공양 올리고자하는 불자들의 소박한 바람도 불가능했다. 지난 50여년간 삼존 부처님은 예경의 대상이 아닌, ‘석조문화재’가 되어 관광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 사이 삼존불 인근의 석조좌상을 도난당하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렇기에 ‘미소기도 행복순례’는 부처님을 향한 늦은 참회인 동시에 그 미소를 불자들과 나아가 국민들에게 다시 돌려주기 위한 큰 첫걸음이기도 하다. 이 역사적인 복원 운동의 초석이 되고자 성지순례에 동참한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과 20여명의 불자들은 아침 7시 조계사를 출발, 마애삼존불 미소부처님 앞에서 사시예불을 봉행했다. 예불에는 보원사 주지 정준 스님과 마애삼존불서 천일기도를 올리고 있는 보원사 도중 스님을 비롯해 수덕사 재무국장 정경 스님, 조계사 원주 법인 스님도 동참했다. “고통 받고 어려움에 처한 이 땅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부처님의 미소가 자리 잡아 언제까지나 모든 국민들의 얼굴에 부처님의 미소가 함께 하기를 발원합니다.” 석가모니불 정근에 이은 토진 스님의 발원은 오롯이 동참 대중 모두의 발원이 되었다. 그 간절한 귀의에 화답하듯 세 분의 부처님은 사시예불이 끝날 즈음 아침 햇살 가득 머금은 환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사시예불을 마친 불자들은 잠시 자리에 앉아 ‘미소 명상’에 들었다. 세 부처님의 환한 미소를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 스스로의 얼굴에 그려보는 명상이다. 이제 막 새봄의 기운을 품기 시작한 산자락이 병풍처럼 부처님을 외호하고 있는 천혜의 도량에서 불자들은 각자의 눈과 마음에 부처님의 상호를 담았다. 곧이어 불자들의 얼굴에 하나 둘,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1400여년의 세월 동안 상처받고 소외된 땅의 민초들 의지처가 되어준 바로 그 부처님의 미소이자 행복한 삶을 이루겠다는 희망으로 가득한 희망의 미소였다. 생전 처음 서산마애삼존불을 친견했다는 이종순(인월) 불자는 “미소부처님의 상호를 떠올리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고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됐다”며 “미소부처님이라는 명호가 썩 잘 어울릴 만큼 천진하고 푸근한 미소를 간직한 부처님이라서 어린이포교에 더 없이 좋은 도량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저마다 맘속에 ‘백제미소’ 담아 사시예불을 마치고 인근 보원사로 자리를 옮긴 불자들은 보원사지를 순례했다. 백제가 한강 유역을 고구려에 빼앗기고 공주와 부여로 천도한 후 서산은 당나라와의 교역이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교역항이었다. 수도와 항구를 이어주는 길목이었던 이곳 가야산 일대에 마애삼존불을 조성하고 보원사 등 대가람을 창건한 것은 그런 역사와도 무관치 않다. 김선임 내포가야산 성역화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가야산 반경 5km 내에는 수덕사, 개심사, 일락사 등 현존 사찰 외에도 보원사지와 백암사지 등 100여개의 크고 작은 옛 절터가 있다”며 “이곳은 백제불교의 중심지인 동시에 활발한 해외교류를 펼쳤던 백제의 진취적이고 활기 넘쳤던 문화상을 대변하는 곳이기도 한 만큼 백제문화 특구로 지정해 잊혀진 백제 역사의 한 장을 복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소기도 행복순례’를 통해 마애삼존불을 친견한 많은 불자들이 가슴에 담아 간 희망미소는 벌써 이곳에 희망을 불러오는 듯하다. 마애삼존불을 관리해오던 서산시(시장 이완섭)가 지난 2월24일 수덕사(주지 지운 스님)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마애삼존불상을 비롯해 보원사지 등 지역문화재의 복원 및 유적 정비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단순한 문화재 관리에서 벗어나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대표하는 마애삼존불과 인근 불교유적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기 위해 불교계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변화인 셈이다. “서산마애삼존불은 서남권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족의 성지임에도 관계기관과 불자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왔었다”고 지적한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은 “스님들은 매일 예불을 봉행하고 불자들은 정기적인 순례를 통해 부처님을 친견함으로써 예경의 대상이라는 본래의 위상을 되찾는 동시에 모든 국민들에게 안식과 의지처가 될 수 있는 국민의 성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소기도 행복순례’에 동참한 불자들 역시 목소리를 모았다. 조계사 기초교리과정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서미희 불자는 “노천 법당에서 스님들과 함께한 예불도 감동적이었지만 부처님의 미소를 마음속에 떠올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색다른 체험이었다”며 “푸근한 부처님 미소가 오래 동안 가슴 에 남을 것 같다”고 감동을 전했다.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12번의 기도순례에 모두 동참해온 정아진(보명화) 불자는 “전국의 기도도량을 다 순례했지만 서쪽에는 마땅한 기도처가 없어 늘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이 있었다”며 “서산마애삼존불이 하루 빨리 기도도량으로 자리 잡아 불자뿐 아니라 국민 누구나 찾아와 의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성지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을 밝혔다. 서산=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미소기도 행복순례’는 계속됩니다
서산마애삼존불 부처님을 친견하고 내포가야산 성역화를 발원하는 ‘미소기도 행복순례’는 매월 진행되고 있다. 조계사에서는 매월 음력 16일, 옥천암(주지 정범 스님)에서는 매월 음력 4일에 기도순례를 떠난다. 순례객들은 마애삼존불에서 사시예불을 봉행한 후 인근 보원사지를 순례한다. 옛 보원사의 가람 규모를 살펴볼 수 있는 당간 지주와 오층석탑 등을 순례하며 탑돌이 등으로 각자의 발원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보원사 임시법당에서 복원 발원 예불을 봉행한 후에는 보원사 측이 친환경 농산물로 준비한 점심공양이 준비돼 있다. 오후에는 가야산 일대에 조성된 백제미소길 포행과 함께 음악명상, 나물캐기, 텃밭가꾸기 등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행사에도 참가할 수 있다. 동참 문의 : 조계사 02)732-2183 / 옥천암 02)395-4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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