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2002-10-08) 레저] 고즈넉한 절터…석탑·석등만이 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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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7-06 23:33 조회6,702회 댓글0건본문
한국일보 2002-10-08 권오현기자
레저] 고즈넉한 절터…석탑·석등만이 외로이 절이 아니라 절이 있던 터다. 지키는 스님도 없고, 절집도 없다. 절이 있었다는 몇가지 흔적만이 터를 지킨다. 종교의 흥함과 쇠함. 세속의 흥망성쇠가 더욱 덧없어 보인다. 쓸쓸하다. 가을의 정한(情恨)에 다가가는 또 하나의 여행 테마이다. ▲미륵사지(충북 충주시) 교과서에 나오는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가 아니다. 충청도의 암산인 월악산의 입구에 있는 미륵사지이다. 돌이 많은 산에 지어져서일까. 석굴암과같은 계통의 석굴사원 터이다. 보통 절들이 남쪽에 문을 열고 북쪽에 탑과 금당을 두는 것과 달리 이 절은 북쪽에 문을 달고 남쪽으로 석탑과 금당을 배치한 독특한 형태를 가졌다. 고려 초기에 지어져 몽고와의 항쟁 때 소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 터의넓이, 주춧돌 역할을 했을 돌, 당간지주의 규모 등을 보아 엄청나게 큰 사찰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터 입구에 들면 거대한 거북이가 나그네를 맞는다. 1977년 출토된 것으로 등에는 비석을 세울 수 있게 홈을 파 놓았지만 비신은 찾지 못했다. 길이가 6m, 높이가 1.8m, 너비가 4m나 된다. 우리나라 최대의 귀부로 꼽힌다. 크기도 크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교한 모습에 또 놀란다. 1,000년의 세월을 풍파에 시달렸으면서도 아직 눈이 살아있는 듯하다. 절터의 맨 뒤편에 석불이 있다. 높이 10.6m의 이 석불은 절의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보물 제96호로 지정돼 있다. 6개의 돌을 조각해 세운 것으로팔은 형체만 겨우 살렸으며 왼손에 약합 같은 것을 들려있어 약사여래입상으로 보고 있다. 보물 제95호인 미륵리 5층석탑과 얼굴을 마주 보고 있다. 미륵사지를 시작으로 월악산의 역사문화탐방로가 펼쳐진다. 월악산과 충주 지방의 문화와 역사를 자연 속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모두 돌아보는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월악산은 물론 인근의 수안보온천, 충주호 등을 연계하면 뿌듯한 가을 여행이 된다. 수안보에서 월악산으로 가는 597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면 쉽게안내판을 볼 수 있다. 국립공원 월악산 관리사무소 (043)653-1205 ▲선림원터(강원 양양군) 강원 양양군의 깊은 계곡 미천골에 들어있는 절터이다. 804년 순응법사가승려와 중생들의 기도를 위해 만든 선원이 있었다. 9세기 당시 화엄종 승려들이 수도에 힘을 쏟는 선종으로 대거 이적한 사실을 말해주는 사찰이기도 하다. 한때 수천명이 수도했다고 한다. 그들의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었는데 그물이 계곡을 하얗게 덮었다. 그래서 계곡의 이름이 쌀냇물(米川)이다. 미천골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약 1㎞를 더 오르면 터가 나온다. 길에서는제 모습이 보이지 않고 그냥 축대만 눈에 들어온다. 축대 위에 오르면 본격적인 터다. 비탈을 깎아 자리를 잡았다. 산사태로 절이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사실일것 같다. 터가 꽤 넓다. 그래서 첫 감상은 허전함이다. 공간에 대한 허전함은 시간에 대한 공허함으로 다가온다. 띄엄띄엄 몇 가지의 흔적이 남아있다. 단순한 흔적이 아니다. 이 절터에는 모두 4개의 보물이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3층 석탑이다. 보물 제444호로 지정된 이 석탑에는 사천왕의 직속부하인 팔부중상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자태와 조각이 균형감과 섬세함을 자랑한다. 석탑을 돌아 터의 구석에 가면 두가지 보물이 더 있다. 보물 제445호로지정된 석등과 제446호인 홍각선사 부도비이다. 석등은 상하비례가 뛰어나고, 부도비는 금방이라도 살아 꿈틀댈 것처럼 정교하다. 부도비 옆의 부도(보물 제447호)엔 빼어난 용조각과 연화대좌 등이 새겨져있다. 선림원터가 있는 미천골은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을 자랑한다. 계곡 상류쪽약 8㎞ 지점에 있는 불바라기약수까지의 트레킹이 미천골을 감상하는데 제격이다. 미천골 자연휴양림이나 불바라기산장 등 통나무 산막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가을의 정감을 느끼기에 좋다. 56번 국도로 구룡령을 넘으면 오른쪽으로 미천골 입구가 나타난다. 미천골자연양림 (033)673-1805 ▲보원사지(충남 서산시) 신라 말과 고려 초에 걸쳐 창건된 절이었다. 고려의 고승 법인국사가 이절에서 수도했다고 한다. 백제계의 양식이 기본을 이루는 가운데, 통일신라, 고려시대의 양식을 두루 갖춘 절이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 일대에는보원사를 비롯해 모두 99개의 절이 있었는데 100번째 절인 백암사가 들어서고 나서 모두 불에 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 절터에도 보물이 많다. 보물 제102호인 석조는 통일신라의 양식. 발견된 신라의 석조 중 가장 크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소박한 아름다움을자랑한다. 보물 제103호인 당간지주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높이 4.2m로 가장 눈에 잘 띈다. 보물 제104호인 5층 석탑은 신라의 양식을 계승한 고려 초기의 작품. 자태에 기품이 있다. 보물 제105호인 법인국사 보승탑과 106호인탑비도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보원사지 인근에는 유명한 불교의 보물이 있다. 보물 제432호인 서산마애삼존불이다. 흔히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이 삼존불은 암벽을 파고들어가 불상을 조각하고 그 앞에 나무로 집을 단 마애석굴 형식의 대표적인 예다. 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살입상과 반가사유상이 배치했다. 6세기 말이나 7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보원사지와 마애삼존불이 들어있는 가야산 계곡은 이 지역에서도 유명한관광지. 전체를 통틀어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물이 맑고 속도가 빠르지 않아 여름철이면 물놀이객으로 넘친다. 수정봉-석문봉-일락산을 잇는 등산 코스도 휴일이면 사람들로 붐빈다. 인근의 개심사, 해미읍성 등을 연계해 여행해도 좋다. 서산시청 (041)660-2224 글ㆍ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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