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대중, ‘미소길’ 걸으며 백제불교 복원 발원 (법보신문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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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2-07-19 18:52 조회6,661회 댓글0건본문
- 500명 대중, ‘미소길’ 걸으며 백제불교 복원 발원
- 덕숭총림 수좌·신도 등 17일 ‘백제의 미소길’ 순례
지운 스님 “난개발로부터 가야산 생태보존에 앞장”
조계사·옥련암 신도, 안거 대중스님에 공양비 전달 - 2012.07.19 14:23 입력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발행호수 : 1155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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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총림 선원수좌들과 신도들이 찬란했던 백제불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미소길’을 순례하며 생태보존과 백제불교의 복원을 발원했다.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을 비롯해 수덕사 대중, 선원수좌, 조계사, 미타사, 정법사, 화계사, 옥천암 등에서 모인 스님과 신도 등 사부대중 500여명은 7월17일 서산 가야사 터에서 ‘백제의 미소길’ 걷기대회를 열었다. ‘백제의 미소길’은 서산 가야사 터에서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서산마애삼존불이 위치한 보원사지까지 가야산 동쪽과 서쪽 5km를 횡단하는 둘레길이다.
덕숭총림 수덕사가 백제의 미소길 걷기 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서산시가 가야산 관통도로를 추진하자 총림대중들이 가야산 불교문화와 생태계를 지키고자 둘레길 순례에 나선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총림 대중들은 매년 하안거 반결재 때면 ‘백제의 미소길’ 포행에 나섰고,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찬란한 불교문화의 중심이자 뭇생명들의 터전이었던 백제의 미소길은 수많은 아픔과 시련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백제시대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백제불교문화권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한 때 100여개 이르는 크고 작은 사찰이 존재해 있었다.
그러나 조선 말 흥선대원군이 “이 곳은 2대에 걸쳐 왕이 나올 자리”라는 지관(地官)의 말을 믿고 자신의 아버지인 남연군 이구의 무덤을 이곳으로 이장하면서 비극의 역사는 시작됐다. 흥선대원군은 묘를 세운다는 이유로 이곳에 있던 가야사 등의 모든 사찰들을 한꺼번에 불태워 버렸다. 이로 인해 천년의 백제불교문화 터전은 한 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2007년 서산시가 가야산관통도로를 추진하는가하면 골프장과 송전탑 건립 등의 개발 사업을 잇따라 진행하면서 가야산은 마지막 남은 터전마저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덕숭총림 대중 스님들과 신도들은 ‘무분별한 개발로 가야산이 더 이상 훼손돼서는 안된다’며 즉각 반대 운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서산시와 수덕사는 협력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가야산 내의 불교문화유적과 자연환경의 보존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수덕사 주지 지운 스님은 “생태와 불교문화의 보고인 이 길이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마구잡이로 파헤쳐져 뭇 생명들의 보금자리마저 사라질 뻔했다”며 “그나마 가야산이 지금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6년간 자연 생태와 불교문화를 보존하고자 온몸으로 지켜낸 스님들과 불자들의 공로”라고 말했다. 지운 스님은 이어 “백제의 미소길이 앞으로도 영원히 보존될 수 있도록 하안거 반결재 때마다 대중 스님들의 순례를 정례화 시켜 수덕사의 새로운 가풍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제의 미소길 순례는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금방이라도 소낙비를 내릴 듯 하늘은 잔뜩 찌푸렸지만 순례 길에 나선 스님들과 신도들의 표정은 맑았다. 한껏 싱그러움을 드러내고 있는 숲길을 걸으며 자연에 동화됐다. 순례객들은 올해 처음 개설된 수정봉 등산로를 거쳐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삼불교를 지나 불이문을 지나 200m를 오르자 마침내 마애삼존불이 순례객을 향해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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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설정 스님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조차 마애삼존불의 미소에 감동해 이를 보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정도였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탐욕에 어두워 ‘백제의 미소’를 훼손하고 또 개발을 진행하려 했다”고 꼬집었다. 스님은 이어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올곧게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며 “개발로부터 백제의 미소가 보존될 수 있도록 사부대중 모두가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백제의 미소길 순례 행사에서 조계사와 옥련암 신도들은 안거 중인 선방 스님들에게 대중공양금을 전달하는 공승법회도 진행했다.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은 “삼보를 잘 공경하고 올바로 모실 때 불교가 융성할 수 있다”며 “처음 공승법회를 진행해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내년부터는 공승법회를 체계적으로 정례화 시켜 재가불자들이 스님들을 올바로 공경하고 외호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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