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져도 백제의 것인데, 그걸 화분에 넣어?!"(오마이뉴스 0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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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1 작성일06-12-21 00:54 조회8,919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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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박물관 내 안전유리 속에서나 감히 볼 듯한 백제의 유물들, 문화재가 내 눈앞에서 도굴범이 아닌 관광객에게 화분장식을 위한 용도로 파헤쳐지고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충남 서산의 보원사지 절터. 지난 1일 가족과 함께 서산의 용현휴양림으로 여행을 하던 중 무심코 보게 된 절터이다. 건물은 모두 소실되어 현재는 절터만 남아있고, 그 주변으로 당간지주와 석탑 등 몇 가지 구조물이 남아있었다. 현재 유물 발굴 중이라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는 곳이었다. 절터 초입의 안내판에 의하면 이 절터는 백제시대 말의 것으로서 예전에는 100개의 암자와 1000여명의 승려가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큰 절이었다.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 때 크게 번성한 절이었으나 현재는 소실된 곳이다.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이거 만지시면 안 되잖아요." 엄청난 광경에 멍하니 쳐다만 보던 내 옆에서 아내가 큰소리로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그중 가장 적극적으로 고르든 한 사람이 "이건 깨진 거래서 다 버릴 거예요"라며 오히려 뭐 어떠냐는 식으로 아내를 빤히 쳐다보며 반문했다. "그래도 각각의 번호 앞에 가지런히 정렬해 놓은 것인데, 이거 나중에 하나씩 맞춰 가며 복원하는 거잖아요. 버리더라도 발굴팀이 보고 버리는 것이지 아저씨가 판단할 건 아니잖아요." 아내도 더더욱 사람들을 나무라며 말을 하자, 적극적인 사람의 일행인 아주머니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깨진 거래서 소용도 없어요. 이거 가져다가 화분에 꽂아 놓으면 좋아요. 빨리 와서 당신들도 고르세요. 좋은 거 많아요."
그래도 사진기는 있어서 뒤돌아 그 사람들의 현장을 사진으로나마 남겼다. 아이도 동행했고 막무가내 아저씨들이 있던 터이라 겁이나 가까이 가서 얼굴까지 찍진 못했지만, 그래도 오는 길에 아내의 아이디어로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의 차 번호는 모두 찍었다. 어차피 우리까지 4팀이었고, 차도 4대이니.
다음날 여행의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기 위하여 가던 길 중 다시 보원사지 터를 지나갈 때 어제는 없었던 발굴조사단이 거주하는 컨테이너박스에 인기척이 있었다. 그래서 우린 어제의 사건을 알려 주려고 들어가 그곳 관계자에게 어제의 일들을 상세히 알려주고 가지고 있던 사진을 넘겨주었다. 발굴조사단에게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문화재 관리를 소홀히 하느냐며 말을 해 보았다. 그랬더니, 조사단은 "일요일이고 저녁이 거의 다되어서 일찍 퇴근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질책을 해도 어려운 건 '사람 열 명이 도둑 한 명을 못 잡는다'는 것처럼 유적 터마다 모두 지키는 사람이 있어도 유물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건 지키는 사람이 문제가 아닌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이지 아닐까 싶다.
오늘(20일) 발굴조사단에 전화를 걸어 그 사람들에게서 없어진 유물들은 돌려받았는지 연락을 해보았다. 차량조회를 해서 주소를 알아내 일단 돌려주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답을 들었다. 꼭 되찾길 바라며, 내 아들의 눈앞에서 선명히 벌어진 이런 일들로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교육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끝으로 그날 분을 삭이지 못해 뒤돌아서면서도 씩씩거리며 큰소리친 용감한 아내의 마지막 말이 계속 머릿속에 되뇌어진다. "깨져도 백제의 것인데…. 그렇게 오래 땅속에서 나올 오늘만을 기다렸는데, 그걸 화분에 넣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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