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마지막 왕도 사비도성(현 부여군 일대)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고고학적, 역사적 접근이 다각도로 전개되고 있다. 첨단 장비로 유물을 분석하고 선진발굴 기법을 도입, 백제의 생활상을 유추하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백제는 여전히 모호한 과거의 왕국으로 남아 있다. 이미 알려진 백제 문화유산을 다룬 서적은 서술과 편집 방향을 달리해 반복적으로 출간되고 있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는 전문 역사고고학자들을 위한 논문집에나 산발적으로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충남 부여군이 나섰다. 각 분야 권위자들을 필진으로 내세워 최근의 연구자료를 알기 쉽게 풀어낸 백제신서시리즈이다. 그리고 첫 두 권이 지금 막 출간됐다. 올 11월 성왕에 이어 각 주제별로 총 12권을 펴낼 예정이다.<편집자 주>
▲부소산성을 다시 본다
1980년 부소산 폐사지 조사를 시작으로 2003년까지 23년간 24차례 걸친 발굴을 통해 드러난 부소산성의 면면을 파헤쳤다. 백제의 사비천도와 부소산성과의 관계, 부소산성의 조원적 의미, 부소산성의 구조와 축조시기를 비롯, 축성기법, 건축양식, 출토기와, 토기, 자기에서 금속유물의 분석과 유구, 유적 정비 방안에 이르기까지 총 12개 분야로 짚어냈다.
이 책은 부소산성을 왕궁의 후원(後苑) 역할을 했던 곳으로 보았다. 군사시설이 두드러지지 않은 점과 왕과 신하가 연회를 열고 풍류를 즐겼다는 ‘삼국사기’의 부소산성 북포의 기록은부소산성이 원유(苑囿 초목을 심는 동산과 동물을 기르던 곳)였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것이다.(‘부소산성의 조원적 의미’ 한국전통문화학교 정재훈 석좌교수) 특히 이 책은 성벽과, 문지, 장대, 치성, 석축, 배수로 등 산성 발굴 당시 드러난 유적 유물 보존, 정비 방안을 각 항목별로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부소산성 발굴조사 결과와 유구 및 유적의 정비방안’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조경학과 김영모 교수)
이밖에 한국전통문화학교 이도학 교수, 한밭대 심정보 교수, 경기도박물관 백종오 학예연구사, 목원대 이왕기 교수,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 최맹식 소장, 국립부여박물관 김종만 학예연구실장 등 각 분야별 필진 12명이 참가했다. 주류성 1만9000원.
▲불교의 나라 백제, 사비성
백제의 웅진천도는 불교의 급성장을 가져왔다. 웅진기에는 충남 서산, 태안 당진 지역을 통해 중국의 불교 문화가 유입됐고 중국 남조과도 활발히 교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교가 왕권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된 것은 사비천도를 단행한 성왕대에 이르러서다. 중국 역사서에 사비도성을 ‘절과 탑이 매우 많았다’고 묘사한 것은 국가차원에서 진흥한 불교 신앙이 백제인들의 생활 속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백제의 불교, 그 중에서도 사비시대 불교사를 총 망라한다. 백제 불교의 도입과 발전과정, 사비시대 백제왕실과 불교, 불교와 관련된 각종 건축물은 물론 백제의 불상에서 보여지는 백제의 미소,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불교 장식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사비시대를 대표하는 유적 정림사를 철저히 분석, 정림사 절 짓는 기술, 배치계획, 건축 연장과 기술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백제 장인의 절 짓는 기술과 솜씨’ 목원대 이왕기 교수) 현재 이 책은 비매품. 부여군은 출판사와 협의한 뒤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南尙賢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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