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신형준기자, 김봉기기자]

전국에 있는 주한 미군기지들 안에서 청동기 시대 고인돌, 삼국시대 고분, 고려시대 불상 등 각종 문화재들이 발견됐지만,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화재청 산하 단체들이 2002년부터 최근까지 주한미군 기지 내 문화재 조사를 실시한 결과로,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이 25일 공개했다.

◆부대 정원에서 희귀 석보살상 발견

부산 범전동 캠프 하야리아에선 석보살상 3점과‘마두관세음보살(馬頭觀世音菩薩)’이란 명문이 새겨진 표지석 1점이 발견됐다. 조사를 실시한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불상들인데, 부대 정원에서 발견해 부대 사무실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조선시대 불상으로 추정했으나, 본지가 불상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고려시대 불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불상의 용모나 광배(光背·몸 뒤에 빛이 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 지권인(智拳印·손모양) 등이 고려시대 양식이라는 것이다. 불상 높이는 87~88㎝였다. 전문가들은 “보물급으로 보기에 충분하며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삼국시대 고분 도굴되기도

포항에 소재한 미 해병대 캠프 무적에서는 지난 2005년 9월 삼국시대 고분과 수혈식 석관묘 15~20기가 국립경주문화재 연구위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이중 일부가 도굴당했거나,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도장 무늬가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인화문 토기들도 대거 발견됐는데, 병사들이 휴식공간으로 사용하는 곳에서다. 그러나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에 조성된 분묘 80여 기는 보존이 잘돼 있었다.

◆병사 휴식처가 된 고인돌

대구 캠프 헨리의 정문 근처에는 청동기 시대 고인돌인 지석묘 7기가 부대 내방객들을 위한 쉼터로 사용되고 있었다. 보고서는“이 돌들이 원래부터 이 위치에 있었는지, 부대 내 다른 지역에서 출토된 것을 옮겨다 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중 입석으로 보이는 1기는 상부가 부러진 상태였다.